로고를 그려보자
오늘의집 브랜딩 이야기 #3
2017년 12월 19일

1편에서 오늘의집과 연관된 키워드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전, 슬로건, 페르소나를 정리했다. 이젠 정리된 개념을 재료 삼아 리브랜딩의 시각적인 부분을 다루도록 하겠다🙂

시각적인 접근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선 개념적인 정의를 시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컨셉을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개념적 정의라면, 시각화는 언어라는 재료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브랜드의 컨셉이 ‘변화’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면 움직임을 보여주는 물결 같은 곡선이 밑그림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즉 변화를 곡선에 비유한 것이다. 시각화의 시작은 중요한 언어를 선정하고 이를 다른 적절한 것에 비유하는 것이다. 다음은 그 비유를 단순한 기호나 모양으로 표현하여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에 색상을 추가해서 좀 더 명확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최종적으로 로고와 키비주얼을 만들 준비가 다 된 것이다.


1.비유

먼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언어로는, 첫째 일상의 행복, 두 번째는 편안함, 세 번째는 셀프, 이렇게 세 가지로 정했는데 그 이유는 ‘행복은 가장 핵심 언어’이고, ‘편안함은 집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적인 부분’이며 우리도 사용자들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는 점, 마지막으로 셀프는 누구도 제한받지 않고 집을 꾸밀 수 있음을 말해주는 ‘가능성’이기에 선정하였다.

첫째, 브랜드 핵심인 ‘일상의 행복’은 ‘잔잔한 물결’에 비유하였다. 오늘의집이라는 잔잔한 물결을 타고 사람들(유저)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항해(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오늘의집을 통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유저들이 꾸민 집을 보고 영감을 얻고 다양한 노하우를 꾸준히 배운 뒤 갖고 싶던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하고, 예쁘게 꾸민 공간을 자랑하는 모든 과정이 잔잔한 속도감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오늘의집의 속도 = 잔잔한 물결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둘째, ‘편안함’은 거실, 소파, 휴식, 애완동물 등 집에서 볼 수 있는 것들로 비유하였는데 이는 잔잔한 물결과 거의 비슷한 성격을 보여준다. 그래도 쉽게 하나로 정리하자면 편안함은 ‘집’이다.

셋째, 누구나 가능함을 말해주는 ‘셀프’는 브러시(펜, 페인트)에 비유하였는데, 다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계획을 할 때 책상에 앉아 연습장에 펜으로 슥슥 끄적여보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펜으로 끄적이는 것은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첫 단계이고, 또 다른 브러시는 인테리어에서 사용하는 페인트다. 펜과 페인트 둘 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고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므로 셀프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

2.기호화

그 다음은 위의 세 가지 비유를 좀 더 단순화한 기호와 모양으로 만들어보았다. 잔잔한 물결과 편안함, 브러시라는 것에 적절한 다양한 형태의 기호와 모양들이 있는데, 이는 다음에 진행할 로고, 캐릭터 등 그래픽 디자인 요소에 사용할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집 앱 내, 홍보 이미지 등에서 이 두 가지 색상을 찾아볼 수 있다.

3.색상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 있어서 색상만큼 분명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의집에 맞는 색상을 정하는 것의 기준점은 편암함과 따뜻함이었는데, 레드 계열의 색상이 가장 대표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오늘의집이 본래 지녔던 블루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블루를 바다라고 했을 때 수심의 깊이에 따라 딱 이 정도 색상을 지닌 블루라면 너무 깊지 않으면서 적당히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으며 처음 정의했던 그런 속도감의 물결이 맞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이 메인 색상을 따뜻한 블루(warm blue)라고 지정했다 🙂

추가로, 레드 계열의 색상을 포인트로 지정하였는데, 집이 주는 포근함이 어떤 느낌일까 했을 때 딱 이 정도 색상이면 과하지 않고 은은한 온기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따뜻한 레드(warm red)라고 지정했다.

4.로고

1~3번의 과정을 바탕으로 로고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리브랜딩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로고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브랜딩 주체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담은 알짜배기이지 않을까? 아무튼, A, B, C안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해본 1주차를 시작으로 매주 동료 디자이너와 논의하며 사내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쳐 6주차에 이르렀을 땐 오늘의집이 담고 있는 키워드와 비전, 슬로건에 어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맘에 들어하는 로고가 완성되었다.

피드백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피드백

중간에 전체 동료들 20여 명에게 자유로운 피드백을 요청했었을 때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몇 가지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보다 개인 메시지로 더 많은 의견을 받았었는데, 다행히 대체적으로 특정 부분이 어색하거나 간격을 더 좁혔으면 좋겠다, 색상 톤이 더 밝았으면 좋겠다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다행이라는 표현은 피드백이 대부분 콘셉트, 톤앤매너에 대한 것은 좋다는 것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사용했다, 당연히 어느 날 뚝딱 이미지만 만들어와서 들이민다면 아무리 설득력이 좋아도 많은 사람들의 만족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1차 과정이 있기 전부터 개념에 대한 과정을 매주 공유해 왔기에 이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드백 이후 좀 더 꼼꼼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작업도 병행하고 좋은 사례도 참고하며 종종 시야를 환기하지만, 자칫 방심하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이때 여러 사람의 피드백은 자칫 옆길로 새거나 아주 작은 차이로 아쉬운 결과를 낳지 않게 해 주고, 작업자의 느슨해질 수 있는 정신을 더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 같다. 피드백에 익숙해져야겠다 🙂


최종

6주차에 접어들어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았다. 이미 피드백은 더 이상 없었고 작업자인 나도 이젠 어디를 더 보완해야 할지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세상 누가 봐도 전혀 흠 없고 완벽한 로고는 어디 있을까 싶고, 컨셉에 맞고 작업자가 확신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한다면 완벽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쉬운 점은 당시의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당시 보지 못했던 보완점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당연한 생각이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을 바탕으로 앞으론 분명 더욱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전, 후 로고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동료 디자이너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 로고는 마치 200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에 본 듯한 세기말 느낌, 서로 비슷한 시기를 살아와서 느끼는 공통된 오래되고 세련되지 못한 것,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고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다 라는 등의 단점을 이야기했었다. 물론 전 로고도 누군가 만들었을 땐 분명 많은 고민을 거친 당시 상황에 맞는 결과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회사 나이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면 참 복잡해진다, 새 로고도 나중엔 바뀔 수 있겠지? 나중엔 안 이쁘고 안 어울릴 수 있겠지? 그러나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새 로고는 지금의 오늘의집과 앞으로 우리가 갈 길에 맞는 모습이라고 말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더욱 🙂

입사해서 오늘의집의 로고를 바꾸고 싶다고 했던 면접을 시작으로, 2017 상반기 목표는 로고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라고 동료들 앞에서 선언했을 때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웠고 부족함을 느꼈다. 분명 이 글도 시간이 지나면 많이 미숙하게 느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때는 더 좋은 작업과 글을 남기면 되니까 기대가 많이 된다.

5.캐릭터

로고처럼 앞선 1~3번의 과정을 바탕으로(잔잔한, 편안한, 브러시) 오늘의집의 대표 캐릭터를 만들었다. 1편에서 오늘의집의 페르소나(인격화)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차분한 성격을 지닌 여성,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라고 언급했었다. 사람들이 ‘오늘의집’하면 이 페르소나를 떠올릴 수 있길 바랐고, 그렇다면 이 페르소나를 형상화해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또한 캐릭터들이 일상에서 지내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오늘의집을 애용하는 많은 집순이, 집돌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치 ‘내가 집에서 하는 행동이 딱 얘네야!’라는 느낌. 그리고 잘 사용한다면 오늘의집만이 가진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잘 사용한다는 말이다 🙂

캐릭터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


1편에서 다룬 개념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의집에 걸맞은 비유적 물체와 형상을 정리하고, 그다음엔 새로운 로고와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의 3편에서 다룰 캐릭터 이야기 이후엔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오늘의집에서 구현되는지를 다룰 것이다.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다. 이제는 예쁘게 담아내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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