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의집 디자인팀에서 UX 라이팅(UX Writing)을 맡고 있는 UX 라이터, Dana 입니다! 먼저 UX 라이팅이 낯선 분들을 위해 제가 하는 일을 먼저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마주치는 모든 문장을 설계하는 일이에요. 버튼 텍스트, 안내 문구, 앱 알림 메시지까지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고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죠. 동시에 브랜드의 목소리를 텍스트로 전하는 일도 함께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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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말투에 따라 전달되는 온도와 태도는 전혀 다르죠. UX 라이터는 이런 섬세한 차이를 고민하며, 고객 접점에서 맥락에 꼭 맞는 언어를 고르고 브랜드의 말투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오늘은 오늘의집 UX 라이터로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AI, 그중에서도 GPT를 어떻게 ‘협업하는 동료’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해요.
입덕부정기 : AI를 외면하던 나날들
* 입덕부정기 : 처음에는 관심이 없거나 부정하다가 점차 빠져드는 시기
저는 기자, 홍보팀,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며 줄곧 글과 함께했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오래 기억에 남을 문장을 고민해 왔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서비스를 이용하다 문구 하나 때문에 한참을 헤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문장이 길잡이가 될 수도, 벽이 될 수도 있다는걸요. 그 순간부터 서비스 문구에 몰입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UX라이팅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그렇게 오늘의집 UX 라이터로 커리어를 전환했고,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던 그…때!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를 마주했습니다. 바로 AI, 특히 GPT의 빠른 확산이었어요. 처음엔 그 존재를 외면하고 부정했습니다. 심지어 미워하기까지 했어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처럼 AI가 잘못된 정보를 말할 수 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실무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조직 내 유일한 UX 라이터로서 손봐야 할 문장, 정리할 자료, 일관된 톤을 지켜야 할 프로젝트들이 끊임없이 몰려왔어요. 무엇보다 고객 접점마다 말투가 달라 브랜드가 한목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고민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제각각이면 결국 전달력도 흐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제 해결을 위해 초반에는 문체, 표기 규칙과 같은 UX 라이팅 가이드를 정리하고 전파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채널을 통해 가이드 업데이트 내용을 수시로 공유하면서요.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가이드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또 문구를 작성할 때마다 가이드를 열람하고, 표현의 ‘뉘앙스’를 체화하고, 규칙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다시 숙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부담이 컸죠. 특히 바쁜 실무 환경에서는 담당자마다 적용 정도에 편차가 생겼고, 결국 ‘일관된 브랜드 톤’이라는 목표는 현실과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UX 라이터 혼자 모든 접점의 텍스트를 확인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에, 더 효과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했어요.
- “어떤 기준으로 가이드를 만들어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 “가이드를 실제로 ‘쓰이게’ 만들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 “오늘의집이 모든 접점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 질문들 끝에, 그동안 애써 외면하던 GPT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덕통사고 : AI가 동료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 덕통사고: 예상치 못한 계기로 갑자기 팬이 되는 상황
GPT 정면돌파를 위해 기능을 하나씩 실험하고 성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나서 제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늘의집의 말투와 언어 원칙을 학습시킨다면, 누구나 브랜드다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할 수 있는 ‘라이팅 동료’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프롬프트 설계부터 GPT빌더를 만들기까지]
GPT를 협업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먼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프롬프트(prompt, 명령어) 설계에 몰두했어요. 첫 시도는 오늘의집 PB인 ‘layer’의 상품 상세페이지. 브랜딩 담당 디자이너분의 제안으로 누가 작성하든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어떤 프롬프트가 가장 효과적일지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죠.
그러던 중 인테리어·시공 서비스 담당 PO(Product Owner), PD(Product Designer)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인테리어·시공 서비스는 전문 용어가 많고 고객과 사장님처럼 타깃도 다르며, 앱 화면뿐 아니라 시공 상담 채널부터 사장님 대상 대면 교육까지 고객 접점이 다양했거든요. 그만큼 톤의 기준을 더 분명히 세우고, 각 담당자가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했어요. 마침 PO, PD분들도 텍스트 작업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고요.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프롬프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닿았어요. 사용자마다 프롬프트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고, 규칙을 세세하게 설명하기엔 구조적인 한계도 있었거든요. 표현의 뉘앙스나 문맥을 정확히 판단하고 조율하기에는 어려움도 있었고요. 결국 브랜드다움을 유지하면서 조직 전체가 같은 언어로 말하려면, 말투와 규칙이 내장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어요. 단순한 생성형 도구를 넘어서 브랜드 언어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GPT 기반 AI 에이전트(AI agent)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던 중, 팀 리더의 제안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GPT 빌더’를 본격적으로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STEP1. 학습시키기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늘의집만의 언어 기준을 구조화하는 일이었습니다. Tone of Voice, UX Writing 원칙, 금지 표현은 물론, UI 컴포넌트별 작성 가이드, 다크패턴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까지 오늘의집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문서로 정리하고, 하나씩 학습시켜 나갔습니다.
STEP2. 테스트하기
그렇게 가이드들을 학습시켜 브랜드 말투와 규칙을 내장한 GPT 기반 AI 에이전트, ‘UX Writing Assistant’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과연 브랜드의 말투를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테스트를 해보니 툴팁 문구, 버튼 텍스트, 설명 문장 초안까지! 사용자와 만나는 거의 모든 표현을 꽤 자연스럽게 생성해주는 걸 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짜릿했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연말쯤 시작하려던 일이었어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니까’, ‘조금 더 정리된 뒤에’라는 이유로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써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느냐였어요. 아무리 좋은 가이드를 만들어도 실사용 없이 완성도를 판단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테스트를 계속해서 진행해 나갔습니다.
STEP3. 운영 계획 세우기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하며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 만족스러워졌을 때, 빌더 운영 체계를 정리했어요. 모든 구성원이 쓰려면 단순히 ‘잘 되는 AI 에이전트’가 아니라, ‘잘 관리되는 AI 에이전트’ 여야 했거든요.

- 요구 정의ㅣ누구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도구인지 분명히 하기
- 빌더 개발ㅣ문장 품질 기준과 금지어 기준 점검하기
- 테스트 및 피드백ㅣ사용 후 개선할 수 있는 루프 설계하기
- 운영 시스템 수립ㅣ설정값, 버전 이력, 보안 정책 등 기술적 기준을 정리해 운영 안정성 확보하기
- 성과 관리ㅣ품질, 속도, 활용률 등을 정량/정성적으로 수치화하기
STEP4. 홍보하기
어느 정도 운영 가닥이 잡힌 후에는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먼저 누구나 쉽게 부르고 기억할 수 있도록 명칭을 정비했어요. 이름하여, ‘오늘의집 라이팅봇’!

이후 채널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요청했어요. 여러 반응이 하나둘 모이면서, 라이팅봇은 자연스럽게 ‘팀의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했죠. 팀원들의 자발적인 사용이 느는 것을 보곤 라이팅봇을 더욱 체계적인 툴로 발전시켜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법을 정리해 슬랙에 공유하고, 간단한 시연을 진행하는 한편, 사용 중 궁금한 점을 언제든 질문할 수 있도록 채널도 열어두었어요.

또한, 전사 공유 자리에서 소개할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사용해 본 구성원들이 피드백을 보내오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서 GPT의 유용성과 빠르게 시도해 보는 것의 가치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어요.

STEP5. 성장시키기
라이팅봇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기대와는 다른 반응도 나타났어요. 예를 들어, 초기에 프로덕트 중심의 문장 구조만 반영하다 보니 마케팅용 메시지는 다소 건조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죠.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하나의 GPT 빌더로 모든 문구를 소화하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도메인별 목적에 맞춘 라이팅봇을 따로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이후 각 봇에 맞는 학습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반영해, 현재는 아래와 같이 구분해 사용 중입니다.
- 일반용 : 오늘의집 전반 Tone of Voice와 UX Writing 원칙 기반
- 인테리어·시공 전용 : 사장님·고객 간 말투 차이, 전문 용어 반영
- PB상품 상세페이지용 : 항목별 글자 수, 어투, 주의사항 등 구성 기준 학습
실무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쓸 수 있도록 ‘첫 대화에서는 반드시 타깃, 사용자 목표, 서비스 목표를 질문하기’와 같은 지침 개선안도 도출했어요.

또, 정확도가 높았던 프롬프트를 공유하거나 정기 피드백을 수집하는 등 ‘우리의 툴’로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함께 기획하고 있어요.
덕업일치 : 라이팅봇과 함께 그리는 내일 🤝
* 덕업일치: 좋아하는 걸 하며 일까지 되는, 덕질과 업무가 만난 순간
‘오늘의집 라이팅봇’은 아직 완성형이 아닙니다. 어쩌면 매일 진화하는 AI에 ‘완성형’이라는 말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라이팅봇은 가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맥락에 맞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로 하니까요.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습니다. 누구나 브랜드다운 문장을 더 빠르게, 더 일관되게 다듬을 수 있게 되었고, 라이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더 본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거든요.
물론 일의 본질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수많은 팀과 머리를 맞대죠. 달라진 건 그 과정을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이제 UX 라이터 혼자서도 여러 작업을 매니징할 수 있게 되었고, 팀의 톤을 중앙에서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어요. 즉, 라이팅봇은 일의 영향력과 속도를 높여준 수단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변화가 팀 전체의 역량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도메인별로 더 세분된 라이팅봇을 개발, 주요 툴과 연동해 자동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예정이에요. 라이팅봇과 함께 더 나은 UX 라이팅을 선보일 오늘의집의 여정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