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처가 반복을 덜고 ‘통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리서치도 이제는 바이브 리서치*로
2025년 7월 22일Ikpyo / Rosie

*바이브 리서치 : 바이브 코딩에서 따온 말로, AI를 활용하여 리서치를 한다는 의미


안녕하세요. 오늘의집 UX 리서치 팀 Ikpyo, Rosie 입니다. 오늘의집 UX 리서치 팀은 ‘고객의 목소리를 더 깊이, 더 빠르게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고민합니다. 그래서 수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다양한 실험을 설계하며, 반복되는 문서 작업에도 매일 집중하고 있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리서치에 쓰는 시간 중 단순 작업이 아닌 ‘생각’하고 ‘분석’하는 데 충분히 집중하고 있을까?”

이 고민을 가장 빠르게 해결해 준 건 바로 AI였습니다. 처음엔 자료를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데만 써보다 점차 가설 구조화, 실험 설계, 인터뷰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AI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며 활용 범위를 빠르게 확장해 나갔어요. 이번 글에서는 리서치팀이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나눠보려 합니다.


수천 개의 VoC, 단 3초 만에 정리하기

AI를 가장 먼저 활용한 영역은 대량의 고객의 목소리(VoC)를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고객들은 “서비스가 복잡해요”, “사용이 어려워요” 같은 피드백을 수시로 남겨주셨지만 그 모든 의견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정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습니다. 쌓여 있는 텍스트를 키워드별로 분류하고 그 키워드에 따라 VoC를 나눈 뒤, 하나씩 읽으며 내용을 정리하고 개선안을 찾아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프롬프트 몇 번이면 동일한 작업을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 VoC 정리 프롬프트 예시

“일정 기간의 VoC를 요약 정리할 거야. 우선 데이터 입력해 줄게 요약 정리 해봐, 많이 언급된 것 위주로 정리해주고. 내가 담당하는 분야는 오늘의집의 커머스 부분이라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와 관련된 프로덕트 측면의 의견들 위주로 정리할 거야”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좀 더 요약해 정리해봐. 그리고 근거가 되는 VoC 원문을 가져다 붙여줘. VoC는 임의로 요약정리 하지 말고 내가 검색할 수 있게 원문 그대로 가져와 줘”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핵심 VoC를 요약 정리 하고 싶어. 개별 고객의 VoC를 입력해줄테니 핵심 내용만 요약해 줘 봐. 구조는 전반적인 요약과 더불어 문제에 대한 제안 사항도 덧붙이고 싶어”


사용 초기에는 단순 요약을 요청했더니 결과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실무에 바로 활용하긴 어려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하고 프롬프트를 여러 번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출력이 훨씬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실제 업무에도 유의미하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 조사(Market Research)는 10분이면 충분!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 위한 시장 조사나 선행 리서치 단계에서는 AI를 딥 리서치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프롬프트 몇 번이면 새로 출시할 기능의 조사 범위와 대상부터 경쟁사 기준의 시장 현황, 유사 사례까지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리서치 방향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조사만 해도 구글링부터 자료 정리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제는  AI 덕분에 ‘무엇을 조사할지’, ‘어떤 문제에 집중할지’ 같은 더 본질적인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서도 든든한 리서치 파트너

고객의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질문의 구조와 흐름, 표현 하나하나가 중요한데요. AI는 이 과정에서 더욱 유용하게 작동했습니다.


리서치를 설계하다 보면 중요한 질문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에는 문장 표현을 매끄럽게 다듬는 용도로만 AI를 썼는데, AI가 흐름상 빠진 질문까지 함께 짚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더 구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최종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골랐는지” 같은 핵심 질문뿐만 아니라,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는?”, “다른 플랫폼과 비교했는지?” 같은 사전 맥락을 탐색하는 질문까지 짚어주었어요. AI는 이런 식으로 구매 여정 전반에서 비어 있는 구간을 짚어내고, 리서치 설계의 구조 자체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보완 덕분에 질문 구성이 더 명확해졌고 응답 흐름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후에는 질문의 순서를 조정하고, 표현을 사용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이렇게 AI는 단순한 문장 보완을 넘어 리서치 맥락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어주었습니다.


💬 리서치 설계 프롬프트 예시

신규 런칭한 서비스에 대한 고객 인터뷰와 사용성 검증을 하이브리드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리서치 설계를 좀 해보려고 해.

배경

  •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만 담은 테스트 제품) 런칭 일주일 경과. 약 00명의 고객이 구매.
  • 구매 유저들을 대상으로 000 프로덕트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해 앞으로의 방향 및 개선점을 도출하고자 함.

리서치 개요

  • 유저들이 이해한 000 프로덕트의 정체성 확인
  • 00 기능에 대한 체감 확인
  • 전반적인 사용성 점검

질문지 리스트

위 내용 기반으로 질문지 설계를 정리해 보자. 적어준 질문 리스트가 너무 길거나 부적절한지 판단해주고, 1시간짜리 진행으로 설계해 줘. 가설 설계한거랑 질문을 좀 매칭해서 각 질문이 어떤 가설을 확인하는지도 좀 같이 정리되면 나중에 분석할 때 쉬울 것 같은데, 흐름상 가설에 해당하는 질문의 순서도 조정 해주고.


🗒️ 추가로 전반적인 사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구매 흐름 복기 단계에서 아래 질문들 중 빠진 것이 있는지 점검해 줘

질문지 리스트


데이터 정리는 10시간에서 10분으로

리서치가 끝나면 수많은 대화록과 고객 피드백이 쌓입니다. 이때부터는 분석하고 요약하며 통찰을 뽑아내는 작업이 이어지죠. 하지만 이 과정도 AI를 활용하면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주로 활용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 리서치 녹음 내용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
  • 리서치 내용 요약 및 구조화
  • 참여자 별 공통 키워드 및 행동 패턴 추출
  •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나누어 구조화하기
  • 리서치 결과 보고서 작성하기
  • 보고 채널 및 도구에 맞춰 보고서 포맷 변환하기


가장 큰 변화는 이제 고객 인터뷰 영상을 보며 일일이 받아적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클로바노트(clovanote)나 구글밋에 연동된 제미나이(Gemini) 등을 활용하면 인터뷰 내용이 자동으로 전사(Transcription)되고, 덤으로 요약까지 받을 수 있어요.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고객과 화면을 함께 보며 진행한 사용성 테스트의 경우, 영상 맥락까지는 AI가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음성 데이터만으로는 리서치 전체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거든요. 이럴 때는 녹음 내용을 단계별로 나누어 요약하고, 리서처 메모나 참관자 노트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 데이터 정리 프롬프트 예시

회원가입 프로세스에 대한 사용성 테스트에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남긴 발화와, 그에 대한 화면 캡처 설명, 그리고 리서처 메모를 입력해 줄게.

각 화면을 기준으로 다음 내용을 요약해 줘:

  • 사용자의 주요 행동
  • 클릭 또는 주시한 요소
  • 긍정/부정 피드백
  • 이해 부족이나 혼란 지점

더불어 리서치 진행 시 함께 참관한 이해관계자들의 노트테이킹 내용도 함께 넣어줄 테니, 참고해서 정리해주면 좋겠어.

※ 참고 : 발화는 그대로 인용해주고, 해석은 최소화해줘. 필요 시 리서처 메모를 근거로 문맥만 보완해줘.


리서치 결과, 이제는 ‘전달’도 ‘축적’도 다르게

리서치 결과는 한 번 전달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잘 축적되고 반복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UX 리서치팀은 리서치 운영(Research Ops) 영역에도 AI 기반 도구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리서치 자료들이었어요. 그래서 리서치 리포지토리*인 ‘유저위키’를 구축했고, 여기에 AI를 접목해 다양한 형태의 리포트와 인터뷰 내용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중 수집된 고객의 말(user quotes)은 GPT 기반 Agent가 전사된 데이터 전처리를 돕고, 연관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슬랙에 연동된 대화형 AI를 통해 “이사를 준비하는 유저가 겪는 문제점이 뭐야?”처럼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된 데이터를 찾아 요약된 답변을 바로 들을 수 있죠. 덕분에 유저의 생생한 목소리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리서치 리포지토리 : 다양한 리서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아두고 공유하는 공간


인터뷰 외에도 고객이 자발적으로 남긴 피드백과 제안은 정말 중요한 리서치 자원입니다. 저희는 AI를 활용해 유저 제안 대시보드를 만들고, 고객 의견을 키워드 단위로 실시간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단순히 데이터를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요약해 리포트를 공유하면서 고객의 아이디어를 제품 개선과 연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리서치 설계와 분석을 넘어, 결과가 조직 안에서 계속 탐색되고 재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반복 작업은 줄고, 진짜 고민에 더 가까워졌다

이제 반복적인 작업은 대부분 AI가 대신합니다. VoC 정리, 가설 구조화, 인터뷰 요약, 보고서 작성처럼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드는 작업들이 대표적이에요. 예전에는 이런 일에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큰 틀만 잡아두면 나머지는 AI가 빠르게 도와주죠.

그렇다고 해서 리서처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데이터를 정리해 줄 수는 있지만, 무엇에 집중할지는 결국 고객을 직접 만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리서치의 목적이 맞는지’, ‘질문이 고객에게 제대로 닿는지’, ‘지금 이 문제를 푸는 게 맞는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이 통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AI가 반복적인 일을 덜어준 덕분에 저희는 고객의 행동을 해석하고 그 이면의 맥락을 탐색하며, 더 나은 질문을 고민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 리서치의 목표는 분명한가?’, ‘비즈니스와 잘 연결된 문제인가?’, 혹은 ‘지금 당장의 UX 이슈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제품 전략의 문제는 아닐까?’와 같은 질문들을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질문 자체에 집중하는 리서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고, 실제로 이런 접근이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리서치에서는 처음엔 ‘어떻게 보여줄까’에 초점을 뒀지만, 실제로는 고객이 정보 과잉과 맥락 부족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후 그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새로운 기능의 사용성을 검토하기보다 ‘왜 고객이 이 기능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본질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관점에서 리서치 방향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죠. 그런 사례들을 돌아보며, 리서치의 방향과 시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차분히 되짚어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난 덕분에, 이렇게 통찰과 논의, 공감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고, 그 밀도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마치며

오늘의집 리서치팀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 삼아, 리서치의 방식 자체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반복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더 깊은 통찰과 공감을 통해 고객이 살아보고 싶은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오늘의집,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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