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선보인 오늘의집의 새로운 변화, 만나보셨나요? (지금 보러가기)
아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새 로고였을 거예요. "오, 달라졌네?" 하고 가볍게 스쳐 지나가실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작은 변화 뒤에는 저희 브랜드디자인팀의 1년 6개월 동안의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답니다.
사실 이번 리브랜딩은 아쉽게도 두 번의 시도를 거친 뒤 다시 맞이한 세 번째 도전이었어요. 저희 오늘의집 팀은 그냥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의도한 방향에 맞는 탁월한 결과물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계속 도전했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앞선 두 번의 시도 덕분에 저희는 리브랜딩의 진짜 본질과 무엇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죠.
이 실마리를 통해 진단한 난제는 바로 ‘12년 동안 쌓인 발자취’였어요. 서비스가 성장하며 수많은 기능이 생겼지만, 우리 스스로가 또렷이 정의되지 못해 요소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거든요. 구성원들 역시 서로 다른 오늘의집을 떠올리고 있었고요. 그렇기에 이번 리브랜딩의 미션은 분명했습니다. 브랜드 무드부터 핵심 가치까지 제각각이던 우리의 이미지를 하나의 선명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어려웠습니다. 정답도, 정해진 길도 없었기에 한 걸음씩 직접 길을 내야 했거든요. 자, 그럼 이제부터!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저희 팀 소개 먼저 할게요!
브랜드디자인팀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디자인, 흔히 말하는 ‘있어빌리티😎’한 시각적 작업만 하는 팀은 아니에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 그 앞뒤의 수많은 순간들에 집중한답니다. 고객이 오늘의집을 경험하는 모든 과정이 더 나아지도록 깊숙이 설계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리브랜딩 역시 겉모습을 바꾸는 디자인 작업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쌓인 파편화된 가치를 정리하고, 고객들이 가장 편안하고 명확하게 오늘의집을 만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일단, 대장정의 시작
리브랜딩이라고 하면 보통 ‘서비스가 오래돼서’, ‘시장이 급변해서’ 같은 이유를 떠올리죠. 저희도 시대의 흐름을 고민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확장된 오늘의집의 미션과 달리, 우리의 언어와 표현은 여전히 초기의 프레임에 머물러 있었던 거예요. 초기 오늘의집이 ‘집 꾸미기’, ‘예쁜 집’ 같은 구체적 모습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오늘의집은 ‘영감을 발견하고 취향을 실현하는 꿈’이라는 훨씬 넓은 정서적 영역까지 확장되어 있거든요. 새로운 고객 접점은 계속 생기는데 메시지는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고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이 간극을 확인하면서 “지금의 모습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고, 그렇게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그리고 시작한 대장정. 그 첫걸음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하나의 정의를 세우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나침반’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첫 시도,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개편
처음에는 단순히 비주얼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만 바꾸면 보이는 문제들이 해결되고, 외부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니, 더 크게 도약하려면 먼저 풀어야 할 근본적인 과제가 있었어요. 비즈니스 방향과 미션은 있었지만, 그 중요한 가치가 팀원들 사이에서 충분히 공유되거나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에너지는 자꾸만 흩어지고, 새로운 분야로 뻗어나갈 힘도 쉽게 모이지 않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무리 정교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라도, 우리가 가진 비전과 가치를 또렷하게 전달해 줄 상징적 역할을 하는 중심점이 없다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어렵다는걸요. 그래서 방향을 틀어 현재의 비전과 가치가 고객에게 더 자연스럽게 닿고, 깊은 공감과 확장성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부터 다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은 곧, 팀마다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정체성을 하나의 확실한 중심으로 모아가는 일과 맞닿아 있었어요.
다시, ‘하나’의 페르소나 설정하기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오늘의집이 마주할 고객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어요. 팀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고객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서, 내부적으로도 방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순간들이 생기곤 했거든요. 그래서 모두가 똑같은 한 사람을 바라보고, 똑같은 태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어요. 저희는 그 기준이 단순히 로고나 겉모습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에게 다가가는 브랜드의 심상과 스타일(Visual Identity), 그리고 어떤 성격과 말투·태도로 이야기할지(Verbal Identity)까지 하나로 이어질 때 ‘오늘의집다움’이 선명해진다고 봤죠.
그래서 저희는 핵심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고객을 대표할 상징적인 한 사람을 찾기 위해 페르소나 워크숍을 열었고, 각 팀이 모여 고객의 하루를 스토리보드로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퇴근길에 전시를 들르는 장면, 편집숍을 기웃거리는 순간,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집을 구경하는 모습까지— 일상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일상을 구체적으로 살폈습니다.

활동을 진행하면서 팀의 생각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집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취향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거예요. 그렇게 워크숍을 통해 저희는 ‘지나’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했습니다. ‘취향’과 ‘나답게’를 중심에 둔, 오늘의집이 오래 함께 걸어가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인물이었어요.
무드보드로 해상도 높이기
저희는 이어서 브랜드의 심상과 무드를 잡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페르소나로 설정된 지나가 정말 원하는 ‘나다운 삶’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우리 브랜드가 어떤 표정, 목소리, 그리고 태도를 취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과정이었어요. 우선 하나의 로그라인*을 세웠습니다.
*로그라인 : 브랜드의 지향점과 태도를 가장 짧고 강력하게 압축한 문장
“뭐든지 금세 잊게 되는 바쁜 일상. Jina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서라도 잊었던 ‘진짜 나’를 찾고 싶다. 다양한 취향을 탐색하며 발견한 새로운 나의 모습으로 ‘나답게’ 일상을 채워가는 Jina의 이야기”
이 문장을 바탕으로 여러 무드를 나눠봤어요.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사진, 컬러 팔레트, 질감 등이 담긴 이미지가 펼쳐졌고, 팀원들은 각 이미지를 붙였다 떼었다 하며 영감을 공유하고 브랜드 태도에 대한 자유롭고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활발한 시각적 탐색과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치며, 추상적이었던 우리의 태도는 세 가지의 뚜렷하고 구별되는 무드로 명확하게 정리되었어요. 이후 오늘의집 리더 Jay님과 함께 오늘의집의 방향을 정밀하게 짚어가며 결을 맞춘 끝에, 정제된 분위기와 생동감 있는 무드를 균형 있게 조합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무드에서 나온 시각적 키워드들은 오늘의집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감도를 추구해야 하는지, 힌트가 되어주었어요.


비주얼 방향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자, 이 스토리와 핵심 키워드가 과연 '오늘의집답게'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고객에게도 닿을까요?
우선 내부 구성원들에게 초안의 스토리와 무드를 공유하며 첫인상을 들었고, 일반 고객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반응을 살폈어요. 오늘의집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크리에이터와 오메이커스*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오메이커스(O Maker’s) : 고객과 실제로 대화하며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오늘의집 실시간 고객 참여 커뮤니티
💬 “새롭게 전하려는 브랜드 스토리에 공감이 되나요?”
💬 “이 스토리가 여러분과 관련이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크리에이터분들의 반응은 특히 인상 깊었어요. 브랜드의 결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라 스토리가 담고 있는 의미를 바로 읽어내시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자연스럽고, 무엇이 설레고, 어디가 아직은 낯선지 솔직하게 들려주셨죠.이 과정을 통해 저희는 조금씩 확신을 얻었습니다. 붙잡고 있던 무드와 정서가 팀 안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과 크리에이터의 감각에도 닿아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물론 다듬을 부분은 있었지만, 방향만큼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때 고객들에게 들은 소중한 의견들은 이후 작업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흩어져 있던 내부의 심상과 태도를 하나로 모아 선명한 기준에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돌아보니 어느새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어요. 그 시간 동안 흐릿했던 고객의 모습도 해상도가 높아졌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도 또렷한 초점을 맞출 수 있었죠.
하지만 다음 숙제가 남아 있었어요. 저희가 세운 기준이 실제 브랜드 경험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는 일이었어요. 내부에서 방향을 세우는 것과, 그 기준이 구성원과 고객에게 ‘오늘의집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닿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요. 그래서 이후로는 수많은 검증, 심층 리서치, 그리고 깊은 경청의 과정을 이어갔습니다.
2편에서는 어떤 시도와 검증을 거쳐 최종 로고와 브랜드 산출물들이 완성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어서 들려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