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흩어져 있던 생각을 모으고, 페르소나와 시각적 무드를 설정하며 뼈대를 세웠던 이야기 기억하시죠? 이제 모두가 바라볼 하나의 흔들림 없는 기준을 마련한 셈입니다. (리브랜딩 비하인드 스토리 1 보러가기)
하지만 그다음 더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이 기준에 모두의 깊은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었어요. 내부 기준이 아무리 완벽해도, 이 감각이 고객과 구성원의 마음에 닿아 스스로 움직이게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번에는 내부와 외부의 마음을 동시에 움직일 최종 로고와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치열하고 구체적인 과정을 들려드리려 해요. 수많은 의견이 어떻게 하나로 모여 최종 결과물로 완성됐는지, 같이 이어가 볼까요?
수많은 시안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실루엣
내부 합의와 외부 검증으로 방향에 확신이 생기자, 저희는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로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초기엔 "어떻게 하면 '집' 모양을 벗어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집' 이미지가 서비스 확장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집 형태를 벗어난 다양한 시안을 시도해 볼수록, 내부 공감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깨달았어요. 바로 고객이 '오늘의집' 이름에서 기대하는 친숙한 인상을 억지로 거스를 필요는 없다는 점이었어요.
결국, 익숙한 집 모양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쌓아가는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디자인 방향도 새롭게 잡았습니다. 단순한 '집' 형태를 넘어, "취향으로 가득해지는 일상"이라는 핵심 가치를 담는 데 집중했죠. 그렇게 마침내, 새로운 실루엣이 탄생했습니다! (취향으로 꽉 찬 집의 모습을 닮아서였을까요? 이 심볼은 '빵빵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얻기도 했어요)
저희는 집이라는 친숙한 형태 안에 '가득해지는 일상'의 의미를 완벽히 담아내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 수백 번의 디자인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지붕 형태를 섬세하게 다듬고, 볼록한 곡선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죠. 수십, 수백 개의 곡선과 비율을 늘어놓는 집요하고 정성스러운 과정이 쉼 없이 계속되었답니다.

이 과정에서 색으로 ‘가득함’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함께 고민했어요. 초기에는 그라데이션으로 취향이 차오르는 느낌을 표현해보기도 했죠. 하지만 작은 앱 아이콘에서는 색이 뭉개져 시각적 왜곡이 생기고, 그래픽 관리도 까다로워 결국 지금의 색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이 로고가 정말 우리 브랜드일까?”라는 개념적 고민도 오래 이어졌어요. 여러 방향을 살펴본 끝에, 집의 형태 안에 취향이 꽉 차 있는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내는 심볼을 최종안으로 선택했습니다.
대장정의 반환점, 워드마크*
*워드마크 : 글자만으로 브랜드 이름을 디자인한 로고 형태
심볼 형태가 자리 잡은 뒤에는 워드마크 제작에 들어갔어요. 이 부분은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죠.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내부 논의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왔습니다. 워드마크에도 심볼만큼 강한 개성을 더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희 판단은 달랐어요. 심볼과 워드마크가 동시에 개성을 밀어붙이면 전체 균형이 흔들릴 수 있었죠. 워드마크는 서비스 이름을 또렷하고 편하게 보여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서비스가 확장돼도 무리 없이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형태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심볼은 감정적 가치와 상징성, 워드마크는 안정적인 구조와 가독성 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끝까지 설명했어요. “더 나은 안이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에는 수백 개의 폰트를 다시 테스트하며 개성을 덜어낸 시안을 제안했고, 처음 세운 방향을 흔들림 없이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수정과 검토를 거치며 내부 기준에서는 ‘이제 거의 다 왔다’고 느껴지는 1차 시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길거리부터 전문가까지, 끝없는 검증의 여정
저희는 거의 완성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1차 시안을 가지고 팀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의견은 긍정도, 아쉬움도 섞여 있었어요. 하지만 한 가지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확신을 얻기 위해선 내부 의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저희는 시안을 들고 곧바로 밖으로 나섰어요. 편의점 카운터, 아파트 경비실, 카페… 마주치는 모든 분께 “어떤 느낌이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요즘 브랜드 같네요.”
“예전보다 좀 부드러워졌어요.”
“집 같긴 한데, 뭔가 더 열려 있는 느낌?”
책상 앞에서 주고받던 수십 개의 코멘트보다, 이런 짧은 한마디들이 훨씬 깊게 와닿더라고요. 이후 더 정교한 검증을 위해 리서처 분들과 함께 100여 명을 대상으로 공식 UT(User Test)도 진행했습니다. 강남역, 군자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새로운 로고 시안을 보여드리며 첫인상, 떠오르는 단어, 오늘의집과의 연결감을 묻고 꼼꼼히 기록했어요. 사실, 정말, 쉽진 않았습니다.(정말로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괜찮습니다”, “시간 없어요”라는 답을 들으면 순간 말문이 턱 막히고, 생각이 복잡해지곤 했죠.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곡선이 조금 날카롭다”, “여백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 곡선의 각도와 깊이, 심볼과 워드마크의 비율, 전체 균형을 계속 다듬었습니다. 그렇게 로고는 점차 오늘의집이 바라보는 비전과 고객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형태로 자리 잡아 갔어요.
또 한편으로는 브랜드·디자인 업계 전문가들과 1:1 인터뷰를 진행해, 외부 시선에서의 완성도와 방향성도 함께 점검했습니다. 내부와 사용자 관점에만 갇히지 않으려는 시도였죠. 이후 로고의 방향성과 새로운 메인 컬러를 정리하고, 국문·영문 워드마크도 계속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수차례의 수정과 검토 끝에 로고의 ‘겉모습’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의집답다’는 게 뭐예요?”
사실 이 질문은 갑자기 나온 건 아니었어요. 브랜딩 작업을 오래 이어오면서, 우리가 어떤 분위기와 태도로 말해야 하는지는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든요. 회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단어들,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처럼 말로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려워도 서로 느끼는 결은 분명 있었죠. 문제는 그걸 하나의 문장으로 “이게 우리다”라고 정의해줄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미션과 비전을 보고도, 표현 단계에서는 해석이 조금씩 어긋나곤 했습니다. 이 빈칸을 정확히 채우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바로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 정의였습니다.

왜 이 작업이 필요했을까요? 미션·비전처럼 넓은 개념만으로는 실제 디자인, 마케팅, 고객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바로 판단 기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각 팀에서 좋은 의도로 만든 결과물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문제도 계속 있었고요. 그래서 “이건 오늘의집답다/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퍼스널리티 설정 작업은 브랜드를 한 사람으로 떠올려보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내부 워크숍을 열고, 우리가 걸어온 미션과 비전, 주요 경험들을 펼쳐놓은 뒤 아바타 기능을 활용해 질문을 던졌죠.
“오늘의집이 사람이라면 어떤 얼굴일까요?”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까요?”
“어떤 하루를 보낼까요?”
이렇게 상상력을 열어두고, 그 인물이 가진 태도와 취향,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붙여가며 성격의 윤곽을 잡아갔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정말 오늘의집다운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시선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내부 구성원 100여 명, 외부 사용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의집을 사람으로 떠올리면 어떤 모습인가요?” 겉모습과 성격을 함께 물었죠. 결과는 의외로 선명했습니다.

- 겉모습 :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지만, 취향이 은근히 잘 드러나는 사람
- 성격 : 다정하고 친절하면서,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오늘의집은 이미 우리가 상상해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인상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거예요. 이 결과는 퍼스널리티를 더 구체화해가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어줬습니다.
이후 외모부터 행동, 말투, 성격까지 오가며 세부 이미지를 붙였다 떼었다 반복하는 작업을 이어갔어요.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죠. 마치 흐릿했던 그림의 해상도를 점점 올려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처럼요. 그리고 긴 논의 끝에, 이 선명해진 퍼스널리티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줄 단 하나의 단어를 찾았습니다.
놓치고 있던 마지막 조각
바로 ‘진정성, Authenticity’였습니다.

이 단어는 누군가의 강한 주장으로 정해진 게 아닌, 이미 우리가 선택해온 방식, 말투, 태도 속에 조용히 스며 있던 공통된 감각에 가까웠어요. 꾸미기보다 솔직함을 택하고, 보여 주기 식 표현보다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하려 하고, 누군가의 삶에 필요하다고 믿는 일에 시간을 쓰는 태도들. 이런 선택들의 바탕에는 늘 ‘진정성’이 흐르고 있었어요.
결국 퍼스널리티를 정의한다는 건, 우리가 쌓아온 미션과 경험, 내부와 외부 사람들이 느껴온 인상, 팀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던 감각들을 하나의 개성과 기준으로 모아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선명해진 퍼스널리티 위에서 최종 로고가 탄생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수많은 시안 중 하나였던 로고가, 이 순간 비로소 ‘오늘의집다운 로고’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어요.


수많은 질문과 실험, 논의를 거쳐 우리가 어떤 방향과 태도로 브랜드를 이어갈지 하나의 형태로 묶어낸 첫 결과물이었죠. 그리고 곧, 이 여정을 구성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발표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긴 여정의 마침표, 설레는 시작점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어떤 고민을 지나왔고 왜 이 로고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공유하는 자리였어요.
발표 준비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심볼과 컬러의 근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문장과 장표를 여러 번 다듬었고, 전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조율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첫 공개만큼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약 3주 동안은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도 했어요.
발표가 끝난 뒤, 사내 카페 미디어월에서는 새로운 로고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큰 화면 속 또렷한 로고는 우리가 말해온 ‘진정성’이라는 기준이 실제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며, 리브랜딩 과정에서 쌓아온 논의와 선택들이 하나의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여기까지, 지난 1년 6개월간 함께 달려온 팀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지금 저희는 이 진정성(Authenticity)을 컬러, 그래픽, 언어, 경험 설계 전반에 반영하며 오늘의집만의 일관된 브랜드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진정성은 더 이상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매일의 판단과 실행을 이끄는 기준이 되어주고 있어요. 앞으로 만들어갈 변화와 모습, 지켜봐 주세요.
다음 3편에서는 새 아이덴티티 작업에 참여한 팀원들의 인터뷰를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이 어려웠고, 무엇이 뿌듯했는지— 브랜드가 완성되어 가는 뒤편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드릴게요. 곧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