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감각’이 AI를 만나 ‘시스템’이 될 때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미지봇과 200개의 아이콘을 만들며 깨달은 것들
2026년 4월 24일Luka

안녕하세요, 오늘의집 그래픽 디자이너 루카(Luka)입니다.

몇 년 전, 다른 플랫폼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홈 화면에 쓰이는 3D 아이콘을 그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작해야 하는 아이콘은 20여 개에 불과했지만, 기획부터 실제 제작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I의 등장으로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오늘의집 홈 개편을 앞두고 200여 종의 카테고리 아이콘을 혼자 새로 만들어야 했던 이번 작업은, 그 변화를 아주 직접적으로 체감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의 도움으로 이 과제를 해결해 나간 과정과, 그 안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어떤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는지 들려드리려 합니다.



최근 달라진 오늘의집 홈, 보셨나요? 홈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카테고리 아이콘입니다. 기존에는 세부 메뉴를 거쳐야 볼 수 있었던 상품 카테고리 아이콘이, 이번 개편을 통해 홈 화면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기존 카테고리 아이콘은 숏컷처럼 서비스의 주요 에셋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사진 수급처가 일정하지 않아 해상도가 낮은 경우가 있었고, 촬영 각도와 조명값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비례감 역시 통일되지 않았고, 실제 사진을 그대로 사용해 아이콘으로서의 시인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 기존 카테고리 사진 이미지
▲ 기존 카테고리 사진 이미지


더 큰 문제는 규모였습니다. 오늘의집이 생활 전반을 다루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보니, 카테고리 아이콘 종류가 200여 종이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전부 재촬영하거나 그래픽으로 새로 제작하기엔, 그래픽 디자이너가 혼자인 상황에서 리소스 측면에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 오늘의집의 200여 종의 상품 카테고리
▲ 오늘의집의 200여 종의 상품 카테고리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일정한 퀄리티의 사진형 그래픽 에셋을 생성할 수 있는 GPT 기반의 이미지 봇을 만들고, 이를 통해 에셋을 생성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미지 봇 만들기

1.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이미지' 정의하기

'느좋'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떤 인물이나 공간을 두고 '느낌이 좋다'는 뜻인데, 이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뭔가 멋지고 쿨한 느낌이라는 건 다들 공감하지만, 그 실체는 각자가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는 것처럼요.

▲ ‘느좋’의 예시 이미지. 모두가 막연히 ‘멋진 것’을 떠올리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각자 다르다
▲ ‘느좋’의 예시 이미지. 모두가 막연히 ‘멋진 것’을 떠올리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각자 다르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느좋'이란 말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듯, AI도 '좋은 이미지와 그래픽'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를 주지 않으면 자기 멋대로 해석해 버립니다. 그래서 AI가 좋은 이미지를 만들게 하려면, 먼저 제가 무엇을 '좋다'고 판단하는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떤 형식의 사진과 그래픽이 아이콘으로서 잘 작동하는지, 세부적인 데이터가 필요했어요.막연한 직감으로 좋다고 느꼈던 상품 이미지 레퍼런스를 여러 플랫폼과 리빙 편집샵에서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LLM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공통점을 도출했습니다.

▲ 좋은 카테고리 이미지에 대한 레퍼런스 찾기
▲ 좋은 카테고리 이미지에 대한 레퍼런스 찾기
  • 구성 — 하나의 오브젝트만 등장하며, 복수의 오브젝트가 하나의 이미지에 나오지 않음. 되도록 정중앙에 위치함
  • 조명 — 균일하고 안정적인 제품 중심의 조명을 사용함.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조명이나 강한 색조의 조명은 사용하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contrast가 강하지 않은 균일한 명도를 유지함
  • 배경 — 환경 연출 없이 화이트 배경
  • 구도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orthographic) 구도로 촬영하며, 수직·수평 정렬을 유지함

막연히 '좋다'고 느꼈던 이미지들의 공통점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나니, 더 이상 그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느낌이 좋음'이 아니었습니다. 비로소 균일한 이미지 에셋을 만들 수 있는 규칙이자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 정의한 범주 안에서 AI가 에셋을 균일하게 생성할 수 있도록, 일종의 울타리를 쳐주는 작업이었습니다.


2. 정의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울타리 만들기

정의한 가이드를 프롬프트로 만들어 GPT 봇의 지침으로 입력했지만, 이후 조금 더 정교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 "수직·수평 정렬 유지" 같은 텍스트만으로는 통일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명과 각도의 기준을 더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여러 이미지 레퍼런스를 Good 케이스와 Bad 케이스로 분류해 입력하고, 각 이미지가 왜 Good인지 Bad인지를 AI가 스스로 분석하도록 했습니다.

▲ 이미지 생성 참고에 좋은 레퍼런스와 나쁜 레퍼런스를 구체적으로 구분한 지침
▲ 이미지 생성 참고에 좋은 레퍼런스와 나쁜 레퍼런스를 구체적으로 구분한 지침

이미지의 각도에 대한 Bad 케이스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 카메라 각도 — 비대칭 시점, 정면 정렬이 아님, 45도 회전
  • 정투영 위반 — 소실점이 존재하거나,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깊이 왜곡
  • 수직·수평 정렬 불안정 — 수직선·수평선 기울어짐


반면 Good 케이스의 기준은 이랬습니다.

  • 카메라 각도 — 오브젝트가 정면을 향하며, 기울기와 회전이 없음
  • 정투영 유지 — 소실점이 없고, 깊이 왜곡과 투시감이 없음
  • 수직·수평 정렬 정확 — 수직선이 완전 수직, 수평선이 완전 수평

AI는 이렇게 Good/Bad 레퍼런스 이미지를 바탕으로 각도를 규정하는 여러 세부 요소를 정의하고, 이후 생성되는 모든 이미지가 그 기준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관점 전환이 있었습니다. '이 스타일대로 만들어라'가 아니라, '이 범위 안에서 만들어라'는 방식으로 AI의 생성 방향을 정의하는 것이었어요.

▲ Good / Bad 레퍼런스 가이드를 통한 이미지 생성의 시각화
▲ Good / Bad 레퍼런스 가이드를 통한 이미지 생성의 시각화


또한 프롬프트 자체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는 Claude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텍스트 기준을 명령형으로 바꾸고, "소실점 없음"보다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인가?"처럼 GPT가 이미지 생성 전에 스스로 검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프롬프트의 강제성을 높였고, 실제로 준수율도 올라갔어요. 여기에 자가 체크리스트를 추가해, 이미지 생성 전 5가지 항목을 순서대로 통과하도록 구조화했습니다.


구도 체크리스트

[ 1 ] 카메라 각도가 정면인가? 사선·회전 요소가 없는가?

[ 2 ] 소실점이 없는 정투영 구도인가?

[ 3 ] 상하 폭이 동일하고 사다리꼴 변형이 없는가?

[ 4 ] 수직선과 수평선이 완전히 정렬되어 있는가?

[ 5 ] 오브젝트가 단일이고 중앙에 배치되어 있는가?

하나라도 NO면 : → 해당 이미지를 실패로 간주하고 즉시 폐기 →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자동 재생성 반복


이미지의 조명에 대한 가이드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추가했고, 이 모든 시각 자료는 PDF 형태로 GPT 빌더의 참고 자료로 등록했습니다.

3. 아이콘으로서의 에셋 최적화시키기

구도와 조명 가이드를 만든 후에는 생성된 이미지가 '카테고리 아이콘'이라는 기능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추가했습니다.

첫 번째는 '단일 오브젝트 원칙'입니다. 하나의 이미지에는 하나의 상품만 담기도록 프롬프트를 추가했습니다. 카테고리 아이콘은 용처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여러 상품이 한 이미지 안에 다중으로 등장하면 시각적으로 복잡해지고 카테고리의 의미 전달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각 카테고리 아이콘은 '하나의 상품 = 하나의 이미지'라는 기준을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텍스트의 제거입니다. 이미지를 생성할 때 특정 브랜드의 로고나 패키지 텍스트가 그대로 들어가면, 서비스 내에서 의도치 않게 특정 브랜드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브랜드 로고, 패키지 텍스트, 라벨 등 문자 요소를 제거할 것'이라는 규칙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투명 alpha 배경으로 출력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이콘 에셋은 UI 위에 얹어 사용되기 때문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생성 단계에서부터 배경을 투명한 alpha 채널로 출력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별도의 후보정이나 누끼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봇 함께 쓰기

이러한 정교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미지 봇으로 균일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고, 200여 종이 넘는 카테고리 아이콘을 약 2주 만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홈 개편 전까지 모든 카테고리 아이콘을 리디자인해 적용할 수 있었죠.

▲ 새롭게 리디자인된 카테고리 아이콘 이미지와 실제 적용 화면
▲ 새롭게 리디자인된 카테고리 아이콘 이미지와 실제 적용 화면


물론 수작업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상품을 고르고, 생성된 이미지를 에셋 비율에 맞게 다듬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던 구간이 변화하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픽 생성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이미지 봇은 원래 카테고리 에셋을 위해 만든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촬영 환경이나 이미지 품질에 상관없이 어떤 상품 이미지든 브랜드팀이 의도한 표준으로 정돈해 주다 보니, 다른 직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활용 가이드를 정리해 당장 쓸 수 있는 부서에 공유했고, 지금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롬프트를 고도화하면서 콘텐츠 제작에도 조금씩 적용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봇의 여러가지 활용 예시
▲ 이미지봇의 여러가지 활용 예시


마치며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과 일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지 그래픽 에셋을 예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서비스의 그래픽을 브랜드적 언어로 정의하고 체계를 마련하며, 그것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더 큰 관점에서 일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그 관점에서 보면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브랜드 언어를 정의하고 그래픽을 고도화하는 일에는 여전히 디자이너로서의 깊은 감도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하지만 수백 개의 에셋을 만드는 것처럼 반복적인 작업에서는 AI가 꽤 든든한 힘이 됩니다. 3개월이 걸리던 일이 2주가 됐을 때 남은 시간은 고스란히 더 중요한 고민에 쓸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AI의 가능성을 더 넓게 탐색하는 동시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더 중요한 기준과 방향을 잡아가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인사이트는 블로그를 통해 공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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