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의 빗장을 풀어 데이터의 호수로
Riding the AI Wave | AI 파도를 타고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Vol.1
2026년 5월 8일오늘의집


월요일 아침, MD와 SCM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같은 화면을 봅니다.

화면에 떠 있는 기준은 단 하나, 상품별 실제 수익입니다. 돈의 흐름을 기준으로 어떤 상품을 유지하고, 어떤 상품을 제외할지 논의가 시작됩니다. 보통 상품 하나의 발주를 멈추는 데에 1~2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슬랙과 메일, 미팅이 오가며 매출을 키우고 싶은 MD팀과 물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SCM팀은 평행선을 달립니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흔히 반복되는 구조적 갈등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의집의 상황은 다릅니다. MD와 SCM은 이제 한 번의 회의에서 100~200개가 넘는 품목의 발주 중단을 결정합니다. 그 자리에 어떤 신제품을 채울지도 곧바로 논의합니다. 신중하고 민감한 재무 데이터가 어떻게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현업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오늘의집에서는 재무 데이터가 끝이 아니라 시작에 있습니다. 매월 초 실적 보고와 함께 예산 변화와 전략이 함께 논의되고, 현업의 화면 위에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재무 데이터가 시차 없이 흐릅니다.

오늘의집 FP&A(Financial Planning & Analysis)팀이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해 재무의 빗장을 푸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돈의 흐름이 모이는 곳, 데이터 레이크

오늘의집의 매출, 비용, 재고, 정산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는 자리.

바로 넥서스 데이터 레이크(Nexus Data Lake, 이하 Nexus)입니다.

대부분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라는 전사 자원 관리 시스템에 재무 데이터가 한번 들어가면 다시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개발팀이 일일이 대응해야 하고, 실무자가 자기 손익까지 보려면 재무팀에 요청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간 영역이 Nexus입니다. ERP 속 재무 데이터와 각종 서비스의 운영 데이터 사이를 자동으로 연결합니다. Nexus를 통해 운영 데이터는 회계 기준에 맞게 변환되어 ERP로 흐르고, ERP에서 처리된 전표*는 다시 Nexus를 거쳐 현업이 직접 활용할 데이터로 연결됩니다. 일종의 ‘권한 제어’ 필터를 통과하기 때문에 인건비나 개인정보처럼 민감한 정보는 걸러지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손익 지표는 볼 수 있습니다.

▲넥서스 데이터 레이크가 작동하는 원리
▲넥서스 데이터 레이크가 작동하는 원리


핵심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Nexus 안에서는 매출, 비용, 재고, 정산 데이터가 같은 기준으로 정리됩니다. 그리고 개별 상품 품목, 사업, 서비스 단위까지 잘게 쪼개져 만납니다. 누락된 전표를 찾는 일부터 비용 예측, 상품별 수익성 판단까지 같은 자리에서 가능해집니다.

*전표 : 회계 장부에 남기는 공식 기록 단위. 발생한 거래와 회계 기록을 담은 처리 문서 또는 데이터

*유닛 이코노믹스 (Unit Economics) : 고객 한 명, 주문 한 건, 상품 하나 같은 작은 단위에서 실제로 돈이 남는지를 보는 분석


기술이 아닌, 조직으로 완성되는 인프라

이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답은 세 가지입니다. 문화적 공감대, 능동적인 협업, 그리고 직무 경계를 넘는 포지션.

Nexus를 만들기 훨씬 전부터 오늘의집은 회사의 재무 상황과 각 팀의 목표, 현황을 매월 공유해왔습니다. 팀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공유한다는 ‘Be Open, Align Actively’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고, 덕분에 재무 데이터가 현업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설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문화를 구현한 것은 여러 팀의 능동적인 협업이었습니다. 복잡한 논의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빈틈을, 끝그림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해소해나갔죠. 요청 받은 개발을 단순히 수행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던 데이터 플랫폼팀처럼요. 회계 처리 교육을 회계팀에 문의해서 듣고, 왜 이런 환경이 필요한지 이해한 뒤 개발 관점에서 필요한 구조를 먼저 제안하며 기반을 구축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설계의 중심에는 오늘의집의 독특한 포지션인 Finance DA가 있습니다. 이 직무는 회계 도메인과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이해해야 합니다. 운영 데이터를 회계 기준에 맞게 변환하고, ERP로 보내는 파이프라인을 설계하죠.

Finance DA는 회계 판단과 구조 설계와 더불어 AI로 구현 속도를 높이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이 생길 때마다, 사업의 틀이 잡히는 시점부터 테이블 명세와 구조를 정리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합니다. 이후 AI를 활용하여 파이프라인 구성과 코드 초안을 제안해서, 한 달 이상 걸리던 운영 데이터의 ERP 연동과 Nexus로의 순환을 며칠 단위로 줄이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갑니다.


AI와 함께 최고의 결정을, 최고의 속도로

이 구조 위에서 AI가 만든 변화는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환각의 위험은 줄고 판단의 속도를 높이고

우선 신규 사업 판단의 타이밍이 달라집니다. 신규 결제 서비스인 오늘의집페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출시 직후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가며 월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보이자, FP&A팀은 즉시 결제 수단, 유저, 거래처별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특정 서비스의 성장 비용이 다른 사업의 마진까지 흔들 수 있는지 점검했고, 비용 배분 로직의 수정안까지 바로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재무 숫자를 대신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늘의집은 확정 숫자를 LLM에 맡기지 않습니다. 숫자는 쿼리와 파이프라인이 산출하고, AI는 검증, 추정, 시뮬레이션, 보고 흐름을 가속합니다. 그래서 환각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판단의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집니다.매달 새로운 데이터가 예측 모델에 들어가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추가될 때마다 파이프라인 자산이 쌓입니다. 다음 사업을 붙이는 비용은 낮아지고, 현업이 데이터를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서 FP&A팀은 더 고차원의 분석과 도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맥락을 챙기는 AI 오케스트레이션

매달 반복되는 결산의 풍경도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월 중순이 되어야 리더십팀이 전월 실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월 초에, 더 빠르고 정확한 숫자가 전달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일정 단축이 아닙니다. 같은 달 안에서 전략을 다시 짤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 변화를 만드는 엔진은 ‘FP&A Central’라 불리는 AI 오케스트레이션입니다. 두 개의 지휘자 에이전트가 18개의 에이전트를 조율합니다. 회계·관리·재무 숫자의 정합성을 교차 검증하는 역할, 코멘트를 다듬는 역할, 보고서의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 새로 쌓인 지식을 팀 자료실에 기록하는 역할 등이 동시에 작동하죠.

특히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가진 오늘의집에 특화된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시공과 커머스, 콘텐츠 등 제각기 다른 모델의 각 사업부를 집중 관리하는 ‘감시자’ 역할의 에이전트입니다. 단순 교차 검증을 넘어 사업별 맥락을 학습하며,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숫자도 짚어줍니다.

▲ AI 오케스트레이션의 구조도
▲ AI 오케스트레이션의 구조도


AI 에이전트 팀과 함께, 결산이 진행되는 동안 숫자는 매일 갱신됩니다. 첫날의 90% 확신도는 다음 날 95%로 올라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정은 더 촘촘해지고, 결산 이후에는 다음 달의 예측 품질을 높이는 자산으로 남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예측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롤링 포캐스트(Rolling Forecast)*도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매출과 손익 전망이 트렌드를 반영하며 매월 갱신됩니다.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리더십팀에게 손익 전망을 더 빠르게 설명할 수 있고, 리더십팀은 하반기 전략을 더 이른 시점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깊어지는 해자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단순히 결산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이 함께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롤링 포캐스트 : 고정된 연간 계획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신 실적과 추세를 반영해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미래 전망을 업데이트하는 방식


재무 데이터가 실무에 닿을 때

이 변화는 리더십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자의 의사결정 방식도 바꿉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어느 선택이 회사의 내실에 더 기여하는지가 같은 화면 위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행선을 달리던 조직이 같은 지표를 볼 때 변화는 더 선명해집니다. 많은 회사에서 커머스 영업·MD팀과 물류·재고를 운영하는 SCM팀은 구조적으로 다른 관점을 가집니다. 커머스는 개별 상품의 매출 성과와 품절 방지에 집중합니다. SCM은 재고 회전, 물류 공간, 보관 비용을 봅니다. 그래서 발주 중단 하나를 두고도 부서 간 길고 긴 핑퐁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같은 지표를 본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상품 단위에서, 비즈니스 전체의 성장 건전성을 함께 판단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오늘의집은 비용, 개별 상품 단위 재고, 판매 데이터를 한곳에 모았습니다. FP&A팀이 회계 기준에 맞춰 로직을 잡고, 사업개발팀과 MD팀, SCM이 운영 현실과 어긋나지 않는지 점검하면서 양쪽이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MD와 SCM은 같은 대시보드를 봅니다. 지금은 매월 한 번의 정기 회의에서 다수의 상품 오프보딩이 한 자리에서 결정됩니다. 보관 재고와 재고 회전 일수는 의미 있는 폭으로 줄었고, 비효율 상품 대신 고수익 상품이나 신제품으로 교체되면서 거래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정된 물류 공간 안에서 고객이 더 좋아하는 제품을 더 많이 두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MD에게 상품 하나하나는 자식 같은 존재예요. 데이터 기반의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감정적 저항이 줄고, 빠른 결정이 가능해졌어요. SCM도 공간을 확보하려는 입장에서, 재고 운영을 통해 비즈니스 성장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옮겨갔고요. 지금은 저희가 먼저 신제품을 더 넣어 달라고 요청해요. MD가 상품을 개발하고 선보이는 것과 같은 목표로 달리니까 진짜 ‘원팀(One team)’인 거죠.”

— Suna, SCM Lead

마케팅 운영에서도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을 CPA나 ROAS처럼 표면 거래액 중심 지표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CPA가 낮아도 마진이 거의 없는 상품이라면 회사에 남기는 이익은 작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CPA가 높아도 마진이 큰 상품이라면 회사에는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상품 단위 공헌이익을 함께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마케팅 채널과 상품군을 단순 구매 획득 비용이 아니라, 실제로 회사에 남기는 마진 기준으로 다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후 채널 운영 기준은 달라졌습니다. 표면 거래액이 아니라, 회사의 내실에 기여하는 상품과 채널에 더 집중하게 되었죠. 기준을 바꾼 뒤 채널 단위에서 의미 있는 추가 이익이 발생했고, 운영은 더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원래는 구매자, 구매 건 같은 단편적인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했는데, 공헌이익 단가까지 같이 보니까 이런 상품이 우리에게 더 유리한 상품이구나 알 수 있었어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하는 문화로의 전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Yeye, Growth Marketing Lead


돈의 흐름을 더 깊고 빠르게

오늘의집 FP&A팀이 선택한 길은 여러 개의 우물을, 빠르게 파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넓고 깊은 호수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그 위에서 결정됐습니다. 깨끗한 데이터가 더 빠르게 모이고, 더 멀리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 그래서 같은 데이터의 호수가 리더십팀, FP&A, 현업 담당자에게 동시에 닿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FP&A팀은 각 도메인의 결산 로직, 계정 매핑 정책, 비즈니스 규칙처럼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판단 기준을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문서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액션을 제안하는 단계로 옮겨가기 위해서 입니다.

AI를 잘 쓰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도구의 개수에서 나지 않습니다. AI가 실제 의사결정의 타이밍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 오늘의집 FP&A팀이 만들고 있는 격차는 바로 그 질문 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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