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의집 마케팅디자인팀 Nika(니카)입니다.
오늘의집은 매달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새로운 브랜딩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5월의 주제는 '로컬의 선택'. “각지의 생동감 넘치는 로컬 에너지를 일상에서 만나보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이번 프로모션을 준비하며 저는 처음으로 AI를 제작 과정 전반에 활용했습니다. 키비주얼 4씬부터 모션, VMD 촬영 씬, 그래픽 에셋까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결과물을 연결해보는 작업이었어요. 이전에도 AI로 이미지를 만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같은 무드와 맥락을 유지한 채 결과물을 확장해 본 건 꽤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픽셀을 직접 그리는 시간은 줄었는데 오히려 고민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 어떤 감도를 유지할지, 브랜드의 분위기를 어떻게 일관되게 이어갈지 계속 판단해야 했거든요. 이 글에는 디자이너의 판단이 AI라는 도구와 만나 어떻게 브랜드의 결과물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에서의 고민과 선택을 담았습니다.
[ 확장 ] 개별 생성을 넘어 ‘시스템’으로
이전까지 디자인 작업에서 AI는 Midjourney*로 키비주얼 이미지 한 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정도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접근부터 달랐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세계관이라는 기준이 잡히자 여기서 파생되는 KV(Key Visual), 모션, VMD 촬영 씬, 그래픽 에셋들이 하나의 시각적 문법 안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됐습니다. 결과물을 따로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해 운영하는 방식이었죠.
돌아보면 이번 작업은 단순히 AI 활용 비중이 늘어난 프로젝트라기보다, 파편화된 제작 방식을 넘어 브랜딩 프로모션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전체 공정을 컨트롤하는 ‘워크플로우의 고도화’에 가까웠어요.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 역시 달라졌습니다. 기능을 수행하는 제작자를 넘어 프로젝트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까지 함께 맡게 됐어요.
*Midjourney :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생성하여 제공하는 유료 AI 서비스

[ 설계 ] 시작은 툴이 아닌 ‘언어’
작업의 첫 단추는 툴을 켜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정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각지의 생동감 있는 로컬 에너지를 일상에서 발견하게 한다"는 목적이 분명해지자,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이 목적을 어떤 시각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늘의집 브랜드의 본질인 ‘진정성’에 집중했습니다. 로컬의 가공되지 않은 에너지는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때로는 투박하고 낯설어 고객에게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만 머물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로컬의 진심을 담아내되, 고객의 일상과 분리된 먼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 바람을 실현하려면 거칠고 압도적인 로컬의 에너지를 일상의 규격으로 옮겨오는 리사이즈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 심리적 거리를 좁혀준 장치가 바로 '미니어처'였어요. 거대했던 로컬이 내 손안의 이야기처럼 작고 다정해지는 순간, 로컬의 진정성은 비로소 '친근한 일상'의 온도로 치환되기 때문입니다. 편안하고 따뜻하며, 귀엽고 위트 있는 세계관. 미니어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해답이 되어주었습니다.


- 컨셉 : 거대한 식재료와 오브제가 하나의 지형(Landscape)이 되고, 그 위에서 미니어처 인물들이 유쾌하게 움직이는 세계
- 시각적 장치 : '미니어처' 스케일을 활용해 거시적인 로컬의 에너지를 미시적인 일상 풍경으로 포착
- 조형적 질서 : 거대한 오브제가 중심을 잡고 미니어처들이 주변을 채우는 삼각구도(Pyramid Composition) 적용. 시각적 안정감과 주제의 집중도 확보.
- 컬러 팔레트 : 5월의 깨끗하고 청량한 앰비언스를 담은 BREEZE(하늘색)와 MEADOW(연두색)
[ 협업 ] AI에게 세계관을 가르치는 법
세계관을 정한 후 저는 비로소 Higgsfield*를 켰습니다. AI는 명확한 기준 없이 작업을 시작하면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먼저 ‘좋은 이미지’가 무엇인지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 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Gemini를 활용한 프롬프트 설계였습니다. 중요한 건 설정한 세계관을 AI가 최대한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 구조를 정리하고 맞춰가는 과정이었어요.
- 프롬프트 엔진 최적화 및 기준 설정 : 제가 한국어로 의도와 미장센을 설명하면 Gemini가 이를 영문 프롬프트로 재구성했습니다. Higgsfield Soul Cinema* 모드가 선호하는 [피사체 – 배경 – 조명 – 카메라 앵글 – 텍스처] 순서에 맞춘 구조였어요.

- 기준의 동기화 : ‘5월의 청량함’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각 정보(예: Soft cinematic morning light, Meadow green palette, Crisp texture)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머릿속의 '좋은 이미지'와 AI의 결과물을 같은 언어로 맞춰가는 과정이었어요.
또한 각 공정에 맞는 빛의 광원이나, 특유의 질감 구현을 어떤 엔진이 적합한지 테스트 후, Tool Stack을 따로 두고 운영하면서 작업 효율도 함께 끌어올렸어요.


*Hicksfield: AI 이미지·영상 생성 플랫폼
*Higgsfield Soul Cinema: Higgsfield의 이미지 모델 중 하나로, 필름 그레인과 자연광 같은 시네마틱한 질감 표현에 특화되어 있어요.
[ 판단 ] 데이터 사이 ‘디렉션’의 고도화


씬 구성은 협업 부서와의 논의를 거쳐 처음엔 3개 파트로 기획했습니다. #1로컬의맛(식재료), #2로컬상점(홈데코), #3로컬장인(도자기). 로컬의 다양한 분위기를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보여주는 방향이었어요.
하지만 Higgsfield로 Visual Test를 진행하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근 씬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오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씬으로도 충분한 힘을 가진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여기에 ‘로컬의선택’ 프로모션 자체가 식품 카테고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결국 식재료 안에서 토마토와 당근을 각각 독립된 씬으로 분리해 총 4개의 씬으로 확장했어요.
- 식재료 : 🍅 토마토 / 🥕 당근
- 상점 : 🐟 액막이명태
- 장인 : 🏺 도자기
반대로 방향을 수정한 경우도 있었어요. 로컬 상점의 액막이명태 씬은 처음엔 홈데코 오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조명(테이블램프) 형태로 테스트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제외하게 됐어요. 실내 오브제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이번 KV가 전달하고자 했던 '각지의 로컬 에너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이 과정에서 디자인팀 리더와의 회의를 거치며 방향이 한층 또렷해졌습니다. 각 씬이 '지역성'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방향이었어요. 그래서 도자기 씬은 황토와 강원도 산지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액막이명태 씬은 바닷가 시골 마을 상점의 정취가 느껴지도록 수정했습니다.
그다음부턴 이미지를 생성하고 단계별로 프롬프트를 더해가며 디벨롭해 나갔어요. 배경뿐 아니라 카메라 소실점의 일관성, 원근 그리드와 수평축 정렬, 그래픽적 완성도를 위한 조형 요소까지 끊임없이 점검했습니다. 특히 모든 씬에 삼각구도의 레이아웃을 일관되게 적용해 시각적 안정감을 확보했어요. 거대한 피사체가 중심을 잡고 그 주변으로 미니어처들의 이야기가 배치되는 구조를 설계해 시선의 흐름이 주제부로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유도했습니다.

💬 소나무는 제거하고 피사계 심도를 얕게. 중심 오브제가 돋보이는 삼각구도가 더 선명해지도록 간접광과 반사광을 극대화해 줘. 인형의 직물 굵기 패턴의 스케일을 작게 조정해 줘
한 번에 완성된 씬은 없었어요. 보고, 판단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에 가까웠습니다.
[ 연결 ] 시각적 경험의 유기적 연결성
① 찰나의 순간에 생명력을 - 모션 (Kling 3.0)
스타일 프레임(정지이미지)의 키비주얼이 완성된 후 다음 과제는 이 정적인 찰나를 15초의 모션으로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엔 Kling 3.0을 활용했어요. '움직임'은 기본이고 설정한 미니어처 세계관에 걸맞은 '질감'을 구현하는 게 핵심이었죠.
- 판단의 디테일 : AI가 생성한 원본 클립은 부드러웠지만 미니어처가 뚝딱뚝딱 움직이는 듯한 '스톱모션'의 위트를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 5~7초 분량의 짧은 서사를 중심으로 프롬프트를 구성했고, 생성된 결과물에는 의도적으로 속도 압축(Time Remap)을 적용했습니다.
- 결과 : 프레임 사이 간격을 조정하자 미니어처 특유의 경쾌하고 끊기는 듯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어떤 요소에 움직임을 집중시킬지, 카메라 워킹의 속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테스트를 반복하며 15초 안의 밀도를 조율해 나갔습니다.

② 언어의 형상화 - 타이틀 레터링
타이틀 레터링도 같은 세계관 안에서 출발해야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의한 감각은 ‘정교하되 위트 있고 단단하되 유연한’ 분위기였어요. 너무 과한 곡선은 가볍게 느껴졌고 완벽한 직선이나 정원 구조는 오히려 차갑게 보였습니다. 그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 1차 디렉션은 전체적인 디자인 규칙을 정리하고 특히 ‘ㄹ’ 형태에 동일한 문법을 반복 적용해 레터링의 캐릭터를 맞췄습니다.
- 2차 디렉션은 글자 내부의 잉크트랩(Inktrap)에 강약 리듬을 더하는 방향으로 디벨롭했습니다. 모든 요소가 균일한 상태보다 시선이 머무는 포인트와 보조 요소 사이에 자연스러운 층위가 생길 때 더 젊고 단단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고 판단했어요.

③ 무한한 확장 — KV(Key Visual)에서 VMD, 그래픽 에셋까지
키비주얼이 완성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단단한 세계관을 공간(VMD)과 에셋에도 이식할 수 있지 않을까?'
- VMD 설계 : 실제 세트를 제작하거나 촬영하는 과정 없이 AI를 통해 동일한 미니어처 세계관 안에서 4개의 VMD 씬을 제작했습니다. 살구색 배경 톤, 소품 중심의 구도, 인물 미니어처의 배치까지 KV에서 정립한 시각 언어를 그대로 공간에 옮겨 '설계'했어요.



- 에셋 라이브러리 : 마케팅 디자인팀 Jade 님과 협업해 가구, 식물, 식재료 등 카테고리별 그래픽 에셋을 만들었습니다. 검수 기준은 분명했어요. "우리가 설정한 톤·질감·컬러 팔레트가 유지되고 있는가?"


KV → 모션 → VMD 씬 → 그래픽 에셋. 하나의 세계관이 네 가지 결과물로 파생되는 과정은, 잘 짜인 유니버스가 확장되는 것 같았어요. AI의 성능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과 기준이 단단하게 정의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I를 쓸수록 커지는 ‘감각의 무게’
이번 작업을 하면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픽셀 하나하나를 다듬는 시간은 줄었지만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설계하고 선택하는 일, 즉 판단과 조형 감각의 밀도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실행을 AI가 맡을수록 디자이너의 선택이 갖는 힘은 더 막강해지기 때문이에요.
결국 AI와의 협업은 손의 기술이 아닌 브랜드를 바라보는 감각과 정교한 판단력을 시험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제작의 수고가 덜어진 자리에 디자이너로서 어떤 ‘관점’을 채워 넣어야 할지, 그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세계관을 정의하고 AI와 협업하며 판단하고 확장하기까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정리한 기록, 어떠셨나요? 디자이너가 설계하는 관점의 반경이 넓어질수록 여러분이 경험하는 브랜드의 밀도도 한층 깊어질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이번 ‘로컬의선택’ 프로모션에 담긴 미니어처 세계관도 오늘의집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